부산 오피스텔 사망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이번에는 KBS 드라마 출연 배우의 가족 문제로 이어졌습니다.

유족 측은 스토킹 가해자의 누나가 현재 KBS 저녁 일일드라마에 출연 중인 배우라고 주장하며 방송사에 공식 입장을 요구했는데요.

청원에 1000명이 넘는 동의가 모이면서 결국 KBS가 직접 답변을 내놨습니다.

결론부터 보면 KBS는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해당 배우에게 별도의 하차 조치를 취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유족이 KBS에 청원을 올린 이유

지난 9월 3일 KBS 시청자청원 게시판에는 ‘부산 오피스텔 추락사 유가족입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작성자는 사랑하는 딸을 잃은 뒤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그러면서 딸을 스토킹했던 가해자의 누나가 현재 KBS 저녁 일일드라마에서 비중 있는 역할로 출연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유족 입장에서는 딸을 잃은 슬픔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해자의 가족이라고 주장한 인물이 TV에 등장하는 모습을 마주하는 것 자체가 큰 고통이라고 밝혔는데요.

KBS가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또 공영방송사로서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답변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청원 1260명 동의…결국 KBS가 답했다

KBS 시청자청원은 게시일로부터 30일 안에 1000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방송사가 공식적으로 답변하는 방식입니다.

이번 청원에는 총 1260명이 동의하면서 답변 요건을 충족했습니다.

이에 KBS는 9월 16일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먼저 고인에게 애도를 표하고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는데요.

이어 프로그램 캐스팅 과정에서는 출연자 본인의 범죄 이력이나 사회적 물의 여부를 검증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출연자의 가족에 대해서는 별도의 사전 검증을 시행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KBS가 하차 조치를 하기 어렵다고 밝힌 이유

이번 답변에서 가장 눈길을 끈 부분입니다.

KBS는 출연자의 가족까지 사전에 검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따라서 해당 배우의 가족과 관련한 사안 역시 방송사가 사전에 확인할 수 없었다는 설명입니다.

또 대한민국헌법 제13조 제3항도 근거로 들었습니다.

해당 조항은 자신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해 불이익한 처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취지인데요.

KBS는 이를 언급하며 가족의 일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출연 배우에게 별도의 조치를 취하는 것 역시 가능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즉 이번 논란에서 KBS는 유족의 고통에는 깊은 위로를 전하면서도,

가해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우 본인의 출연 문제까지 연결해 하차나 별도 조치를 결정하기는 어렵다는 원칙을 내놓은 겁니다.

부산 오피스텔 사건도 다시 주목

이번 청원의 배경이 된 사건은 2024년 1월 부산의 한 오피스텔에서 발생했습니다.

20대 여성 A씨가 전 남자친구 B씨와 함께 있던 중 오피스텔에서 추락해 숨졌습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B씨는 앞서 A씨의 집을 찾아가 여러 차례 협박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또 A씨가 이별을 통보한 이후에는 약 17시간 동안 현관문을 두드리고,

365차례에 걸쳐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는 등 스토킹한 혐의도 받았습니다.

A씨가 숨진 당시 최초 목격자이자 119 신고자는 B씨였고, B씨는 A씨가 자신과 다툰 뒤 추락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반면 유족은 사건 직후부터 사망 경위에 대한 의혹을 제기해 왔습니다.

재판 결과까지 다시 관심

B씨는 A씨와 관련한 스토킹·협박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았습니다.

검찰은 1심에서 징역 10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검찰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원심보다 감형된 징역 3년 2개월과 스토킹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선고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B씨가 A씨와의 성관계 영상을 보관하고 있었던 사실도 유족이 민사소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뒤늦게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B씨가 동의하에 촬영했다고 진술한 점을 토대로 추가 수사를 이어가지 않은 것으로 기사에 전해졌습니다.

결국 쟁점은 ‘가족에게 어디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나’

이번 논란이 단순한 연예계 이슈로만 보이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유족 입장에서는 딸을 잃은 고통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가해자의 가족이라고 주장한 인물이 방송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큰 상처라고 호소했습니다.

반대로 KBS는 출연자 본인이 아닌 가족의 행위를 이유로 배우의 방송 활동에 불이익을 주기는 어렵다는 원칙을 분명하게 밝혔습니다.

결국 이번 사안은 한 배우의 하차 여부를 넘어 가족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다른 가족에게 어디까지 물을 수 있는지라는 문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KBS가 단순히 “조치가 어렵다”고만 밝힌 것이 아니라 출연자 가족에 대한 사전 검증을 하지 않는다는 점과 헌법 조항까지 언급하면서 판단 근거를 설명했다는 점도 눈길을 끕니다.

그렇다고 해서 딸을 잃은 유족이 느끼는 슬픔과 상실감까지 가볍게 볼 수는 없을 겁니다.

유족의 절절한 호소와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범위가 동시에 맞물린 사안인 만큼, 이번 논란은 단순히 배우 한 명의 출연 여부를 넘어 우리 사회가 ‘가족의 책임’을 어디까지 바라봐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문제로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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